책을 읽다가 눈물이 난 건 오랜만이다.
40페이지 남짓한 단편소설을 읽으며 몇번이나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삼켰다.
좋은 소설이란 이런거구나.. 중국 SF소설 <삼체>를 읽던 중인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에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과 서사가 필요한 건 아니구나 생각되었다.
책장을 덮으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숨결이 조금 더 섬세하게 느껴지고 심장이 뛰고 혈액이 흐르는 느낌이 뜨겁게 느껴지는 듯 했다.
<작별>의 여자 주인공은 겨울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렸다.
서서히 녹아가는 눈사람이 되어버린 그녀..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면 무슨 이런 황당한 설정이 있을까? 이게 무슨 의미지? 어리둥절 했을텐데 소설 시작 전 심사평을 통해 이 설정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미한다는 걸 먼저 알았다.
그러한 시선으로 소설을 읽어 나가자 참 아름답고도 슬픈 이 과정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죽어간다. 죽음을 앞두다. 라는 표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죽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 아이와의 추억을 생각하는 장면이 나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다.
어떤 불순물도 없이 밝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으로 선택한 장면..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나도 마지막 순간에 이를 떠올릴 것 같아서..마음이 아렸다.
둘이 눈이 마주친 순간 아기가 소리없이 웃었다. 그렇게 절대적인 믿음이 담긴 웃음을 그녀는 그날 처음 보았다. 흔히 말하는 절대적인 사랑은 모성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에게 품은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신의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
항상 느끼는 마음이다. 아이를 향한 내 사랑보다 믿음보다, 이 아이가 보여주는 사랑과 믿음이 무조건 더 크다는 것.
내가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 아이는 조건없이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
간절히 그리워할 다시 없을 소중한 시간을 지금 지나고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현재를 꼬옥.. 붙들고 싶어졌다.
나는 언제 눈사람이 될까..?
어느날 갑자기 눈사람이 되어 소설의 주인공처럼 하루도 남지 않은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하고 싶진 않다..
한...1년정도 눈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을 안다는 것이 어렵겠지? 그렇다면 1년에 하루정도 눈사람으로 살아본다면, 나는 조금씩 녹을 수 있을까?
<작별>은 아직 천천히 하고싶다.
'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 > 소중한 일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체 읽는 중(언제부터 재밌어지지?) (1) | 2024.11.13 |
---|---|
대장내시경 후기(feat. 궤양성대장염) (0) | 2024.11.11 |
[다이슨 에어랩 컴플리트]사용법::웨이브, 뿌리볼륨 살리기, 1년사용후기♥ (0) | 2021.07.11 |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디럭스 오션테라스 +씨메르 호캉스(얼리체크인) (0) | 2021.07.07 |